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우물 안에
늘 우물 밖에 세상을 그리워 하는 한 젊은 개구리가 있었다.
낮이면 구름이, 밤이면 별똥이 우물에 비치는 것을 보고
그는 늘 어떻게 하면 우물 밖의 세상에
나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었다.
그는 날마다 우물에 비치는 구름과 별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친구들이 거울처럼 잔잔한 물결을 흩뜨려 놓으면
다시 물결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물에 비치는 하늘을 들여다 보았다.
하루는 우물 안으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그는 바람에게 물었다.
"바람아, 우물 밖의 세상은 어떤 세상이니?"
"햇살이 눈부신 넓은 세상이야.
여기처럼 이렇게 어둡고 좁은 곳이 아니야. 바다도 있어."
"바다? 도대체 바다가 뭐니?"
"이 우물보다 수천 배, 수만 배 넓은 곳이야.
멀리 수평선이 있고, 커다란 고래도 살아."
그는 바람의 말에 바다가 보고 싶어 가슴이 뛰었다.
"바람아, 날 바다에 데려다 줄 수 없겠니?
난 이 우물 안이 너 무나 춥고 답답해."
"글쎄, 난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어.
그건 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야."
바람은 그 길로 황급히 우물을 빠져나갔다.
물 밖에 바다가 있고,
바다에 고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더욱더 우물 밖에의 세상이 그리웠다.
그는 허구한 날 어떻게 하면 우물 밖으로 나가
보다 넓은 세상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이웃들의 눈을 피해 한방중에 몇 번이나
우물 한 귀퉁이를 기어올라가 보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어느 날 그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엄마, 전 우물 밖의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여길 빠져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라.
우물 밖엔 나쁜 놈들이 많아.
특히 뱀이란 놈은 우리 개구리들을 한입에 잡아 먹는 단다."
"엄마, 뱀이 무서워서 한평생을 여기에서 살 수는 없어요."
"아니야, 우리가 살 곳은 여기야. 여기가 제일 안전한 곳이야."
어머니는 우물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는 우물 밖에 나가 살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 어느 해, 가뭄이 극심한 여름날,
사람들이 하나둘 우물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우물은 다 말라버렸는데, 이 우물만은 마르지 않았어.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야."
물엔 하루종일 물을 길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우물 안으로 계속 두레박을 드리웠다.
그것은 그가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머니와 헤어질 것을 생각하자 눈물이 앞을 가로막았으나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작별인사를 고했다.
"엄마, 결코 엄마 곁을 따나고 싶진 않지만,
이번 기회을 놓치고 싶진 않아요."
"그래, 알았다. 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섭섭하구나.
그렇지만 난 내 아들을 언제까지나
이렇게 좁은 곳에서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이 우리 우물을 늘 찾아왔을 땐
두레박을 타고 많이들 밖으로 나갔다.
이거 한 가지만 명심해라,
나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라.
우리 나라엔 우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돌아오는 날이면 사형을 받게 돼. 알았지?"
"네, 엄마……."
그는 새벽이 오기를 기다려
물을 길으러 온 어느 여인의 두레박을 타고 우물 밖으로 나왔다.
우물 밖의 세상은 바람이 말한 그대로였다.
눈부신 햇살 아래 끝없이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그
들판 끝에 푸른 바다가 있었다.
그는 바닷가 가까운 강기슭에서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다.
멀리 수평선 아래로
고래가 물을 뿜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더없이 행복했다.
우물 밖에 사는 개구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들도 낳아 더 이상 부족함이 없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몇 년이 지나갔다.
그는 문득 우물 속에 사는 어머니가 그리웠다.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좁은 우물 속에 갇혀 사는 형제들이 불쌍했다.
그는 어머니와 형제들을 위해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우물 속으로 돌아가 세상에는 우물보다
더 넓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른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 행복하게 사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코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잊고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네가 돌아오다니!
이 일이 어찌 하면 좋을꼬!"
어머니는 그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우물 밖으로 나가 살자고 어머니와 형제들을 설득했다.
"너는 국법을 어긴 죄가 크다.
우물 밖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국법을 어긴 너를 용서할 수가 없다!"
그는 곧 체포되어 많은 형제들이 보는 가운데서 재판에 회부되었다.
"더구나 평화롭게 잘 사는 형제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린 죄,
우물밖으로 나가 살자고 감언이설로 유혹한 죄는 죽어 마땅하다!"
재판장의 목소리는 서릿발 같았다.
"재판장님! 우물 밖에는 여기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습니다."
"그런 세상은 없다."
"저는 우리 형제들에게 우물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넌 도대체 어떤 세상을 보고 와서 그따위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느냐?"
"바다가 있는 세상입니다."
"이놈아, 바다라니? 그런 세상은 없아. 여기보다 더 좋은 세상은 없어."
"재판장님! 우물 밖에는 분명 바다가 있습니다.
우물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습니다.
이제 우린 우물에 갇혀 살 것이 아니라
망망대해가 있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재판장은 그에게 사형을 명했다.
"너는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우물 밖에 바다가 없다고 말하라.
네가 살아본 바깥 세상보다 여기가 더 좋은 세상이라고 말하라.
그러면 너를 용서해 주겠다."
사형대 위에 선 그는 잠시 망설였다.
울음을 삼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아직도 우물 밖에 바다가 있느냐?"
서릿발 같은 재판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는 말했다.
또박 또박 힘있는 목소리로.
"네, 우물 밖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이글은 2007년 12월 당시 대선후보의 도덕적 결함을 해학한 글로 짐작 되는데
난 이 글귀를 금년 1월초 우리 초등학교 모임인 카페에 실었었다.
당시의 상황은 워낙 참여정부의 실정에 실증이 난 일반 대중들이
어떤, 무슨 결함이 있더래도 무조건 바꾸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당선된 이명박 정권의 출발점 이라서 별로 Up 되질 못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너무 가벼운 처신과
측근들의 실수로 곤경에 빠진 정권의 당시 상황을 글쓴이의 시각에서 약간 돌이켜 볼수있는 글 이다.
또한 이 정권의 출발점은 우리나라의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 으로서
앞으로 현 정권이 추구하는 목표도 우리가 꼭 이루어야 하는 과제로
대선 당시 우리 대중들이 그의 도덕적 결함인 실수와 거짓을 용서 하고 선택 했으므로
반대의 명분을 잡고 정권을 뒤흔드는 촛불 보다는 당분간 좀 지켜보는게 옳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