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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想에서

2010년 봄의 한 가운데서...[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by 월하소회 2010. 4. 19.

4/19, 그리고 5/16

적어도 내 세대는 박정희 쿠데타 혁명 이념을 서른 가까이 외우고 살았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2010년 4월19일...

또한 천안 함 사고가 난지 23일째 다.

 

4/19 와 5/16...대 다수 젊은이들은 잊혀져 가지만 

그때 난 겨우 5살배기의 철부지 였으며

청춘의 모두를 쿠데타정권의 홍위군 으로 살아왔기에

세월이 지나도 난 참 많은 걸 느끼게 하고 잊을수 없는 추억 또한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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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님이 쓴 이詩 내용을 보면 4/19 후 18년이라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체 정권유지를 위해 몸부림치던 1978년 이다.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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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군사정권 말기,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키신 대통령으로서도 평가를 받고도 있지만

격변기 암울했던 그 시대의 상황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그 유명한 긴급조치 9호...

집회,시위, 심지어 계 모임까지도 통제 하던 시절에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었고 이상한 노랠 부르면 붙잡혀 가는걸 아니깐

그냥 군화발 밑에서 숨소리 죽이며 아무말 못하고

웅크리고 살아가는 지식인 으로서의 부끄러운 고뇌가 시의 종장에서 적라하게 숨어있다.

 

그래도 세월은 가고 어느덧 봄은 깊어,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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