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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想에서

2012년 가을의 추억

by 월하소회 2012. 11. 5.

구절초 꽃닢위에 몰래 내린 이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을 쓰고 울어대는 뀌뚜라미 따라 가을이 내려온다

매년 이맘때면 좌우를 살펴보고 뒤돌아보기가 일상화 된지가 수년째.

                                                        
9/23

초가을,

첫번째 발걸음은 해마다 한결같이 토함산 자락의 동대봉산 무장봉~

한적하고 조용해서 청춘의 비밀스런 데이트를 즐기거나

따뜻한 오후햇살 받으며 간단한 산행으로 즐길수 있는 멋진장소 였는데....

 

3년전 선덕여왕 촬영지로 이름이 나돌더니

이젠 등산객은 없고 전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로 온 산천이 인파로 북적이고

음식물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지금 생앓음 이다. 

정상의 억새,

가을맞이 하기에는 아직 푸르르하고,

소녀에서 여인으로 가는 길목에 선 것처럼 특유의 보랏빛 형채를 발한다.

 

10/2

추석연휴,

봉화 청옥산 캠프장을 예약하고 가족과 초가을을 청옥산에서 춘양송이와 함께했다.

 

 


처음 시도 해보는 가을캠프,

가볍고 예쁜 자작 LED 램프가 캠프족의 부러움이고,

추울것 같지만 준비를 잘하면 난로없이도 시월초 캠프는 할만하다.

창수령에서 질좋은 송이 한박스 구입해서 영양우체국에 들러 광양 지인에게 보낸뒤 

캠프장 찾아온 죽마고우들과 영양고기와 춘양송이로 저녁늦게까지 대폿잔 기울였다.

 

10/6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시월은 무얼해도 좋다,

이제막 십칠년을 지나는 고물차 창문을 열고 코스모스 길을 달려도 좋고

낚싯대 드리우고 누워 하늘을 처다만 봐도 배 부르다.

 

10/12

헐럭이며 오른 설악산 공룡능선

내 카메라로 이곳 범바위를 만나면 비좁은 엥글에 고배를 마시니

그때마다 바꾼다고 2년째 다짐만 한다,

내년에는 꼭 바꾼다고 맹세.... 

 

천불동에도 가을이 내렸건만 왠지 예년만 못하다, 작년 단풍은 정말 환상적이 었는데... 

많은건지 적은건지 08년부터 이번까지 일곱번째 다녀간다,

 

10/18

출장 가는길섶 김해 봉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들려 그의 일생을 생각하다.

해온 일보다 남은 일이 더 많을진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했거늘

이세상 뭐가 그리 못 마땅 하심에 저런곳에 몸을 던젔을가....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恨많은 삶의 끈을 놓았으리라 애도하며

남아서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자들을 용서하고 이제 편안 하시길...

 



가늘고 질긴 십수년의 인연~~

사그러진 시간속에 용기없어 버려진 기억을 되살려 희멀건 향기를 더듬어보고,
스처 지나간 스무년의 세월 많큼이나 겹겹히 커피속에 그려넣어

천장지구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녹여들어 맴 도는듯 하다.

 

그땐 몰랐다

 

열정,

불꽃이 되기도 전

서리꽃 마디마디 피우며

만남보다 긴 이별 앞에 설 줄 그땐 몰랐다.

 

국화 꽃잎처럼 빼곡한 추억 고개 떨구니

단풍잎엔 이름만 달랑거리고

바람이 실어온 그대소식에

나 이렇게 담담해질 줄,

이토록 흐릿하게 떠오를 줄 그땐 몰랐다.

 

얼 만큼 세월 흘러야

그대!

기억에서 지워질는지 아직도 난 잘 모른다!

 

10/20

아침일찍 영남 알프스의 시발점이자 종점인 취서산

정상에서 보면 멀리는 운문산과 가지산, 서편에는 천황산과 재약산이고,

그리고 바로앞 맞은편에 신불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우리나라 3대 사찰중 하나인 통도사를 품고 있는 명산이다.

흘러내리듯한 저 무수한 맥줄기의 중앙 끝자락에 통도사가 자릴 잡고있고.

   

영축봉에서 신불평전을 내려다 보며....

사방으로 영남 알프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종점 운문산도 먼발치로 보이니

슴 뻥 뚫리는 듯, 저기까지 걸어가면 40km가 넘는데 난 저길을 다 걸어봤다.

 

10/27

때마침 가을비 내렸던 한적한 이른아침, 

가을은 이제막 우리동네 어귀까지 내려왔다.

 

 

 

 

 

가끔씩 들러 대폿잔 기울이는 수퍼뒷견 탁자에도 가을이 내렸다

 

허~~~

생각하면 궂이 멀리갈 필요 없이 내가사는 이곳이 진짜 가을이라는 생각이...

 

11/3

오랜만에 낚시를 나간다.

지난여름 그리도 북적거리던 모습은 간데없고 싸늘한 반응,

햇살은 따스한데 막상 의자에 앉으면 오들오들 추우니 올 낚시는 이제 그만 접는다

뜨내기 잡꾼들이 사라지니 전문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이름하여 만추~~~

가을은 한주일을 못 넘기고 막 지나가는듯 하니

단풍은 낙엽되어 딩굴고 산 능선의 나무가지는 벌써 앙상하다.

 

 

머리위로 내려온 가을,

보랏빛 색깔은 어느덧 내나이를 넘은 머리카락 만큼이나 희끗해지려나 보다...

....중년을 넘어서고 난뒤에야 비로서 느낀단다

하고픈 일보다 해야할 일들에 파묻혀 세상 모르고 살았다는걸,

그러나 하고픈걸 하는거는 아직도 늦진 않았다고 생각하며 올 가을을 내린다.

「소정희작」규보

不對靑銅久 - 거울 보지 않은지 오래 되어

吾顔莫記誰 - 내 얼굴도 누구인지 알수 없도다
偶來方炤井 -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
似昔稍相知 - 전에 어디서 본 듯한 녀석 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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